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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책을낳다] 그 여자의 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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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만든 책을 9월에 와서야 올리네요.ㅠ
<그 여자의 방>은 올 해 전반기에 제가 만든 책으로 번역서입니다.
‘여성, 자기만의 공간 인테리어와 영혼의 쉼’이라는 컨셉의 미국 책인데요.
원제는 "A Room of Her Own"입니다.
원서가 출간된 지는 좀 오래되었어요. 1997년쯤 나온 책입니다.
사장님께서 토론토 방문 시에 현지 서점에서 원서를 보시고,
홍성사에서 번역 출간하기로 하고 계약과 번역자 선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됐고요.
담당 편집자를 세우는 과정에서 건축공학과를 전공한 제가 맡았습니다.
번역은 좀 특별한 분이 맡았습니다.
드라마 <도망자 Plan.B>의 다니엘 헤니 곁에서 미모의 비서로 분한
유리엘(김수현)이라는 탤런트입니다.
유리엘 씨는 토익 만점을 받는 등 영어에 능통한 이력을 가진 연기자입니다.
이화여대에서 국제학과를 공부하고 영자신문 기자로 활동한 바 있습니다.
한중 슈퍼모델 1위에 입상하기도 한, 엄친딸 중에 엄친딸이라고 할 수 있죠.
편집 과정에서 유리엘 씨와 메일과 카카오톡으로 자주 소통했는데요.
번역은 <도망자 Plan.B> 촬영 중에 틈틈이 해냈고,
제가 편집할 당시에는 <로맨스 타운>에 출연 중이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성실하게 임해 주었습니다.
이 책이 그녀의 첫 번역서여서 제가 원문을 대조하고 인테리어 전문 용어를 분석하면서
고칠 곳이 많이 발견됐지만, 워낙 겸손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어
함께 작업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대학교 졸업 이후 잘 들여다보지 않았던 건축 관련 책도 다시 찾아보았고,
제가 글을 쓰고 출판편집자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 하고 있을 건축 일에 대한
상상 마당도 잠시 펼쳐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공간’이란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과 생각을 응축시켜야 했는데요.
사실 영혼이 쉬는 나만의 공간은 여자들 이상으로 남자들에게 필요한 개념입니다.
아름다운 찻집에서 마음 맞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길 원하는 여자와
차 안, 서재, 낚시터, 작업실 등 어딘가 동굴이 될 만한 곳에서 혼자 있고 싶은 남자..
<그 여자의 방>보다는 <그 남자의 방>이 어쩌면 더 긴요하단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편집하며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디자인도 우리 미술부 부서장인 김진성 과장이 담당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남자 편집자와 남자 북디자이너가 여자(만의 공간)를 위한 책을 만들었습니다.
대략 책의 전체 내용은 이렇습니다.
“모든 여성은 잠시라도 편하게 쉴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쉴 틈 없이 바쁜 전문직 여성들의 삶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올까요?
일하는 여성들은 고단합니다. 육아와 살림, 직장 일을 동시에 해내면서
그 고충을 해소하기는커녕 내색하기도 어렵습니다.
삶의 모든 자리에서 매력적이고 괜찮은 여자로 보이고 싶고, 인정받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쉼’에는 인색하기만 하여
결국 스트레스 속에 지쳐 버리고 맙니다.
게다가 육아와 살림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더해지면
우울증마저 생기고 삶의 활력과 열정은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여자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지치고 고단한 현실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삶인가요?
일하는 여성들이 갖는 이런 질문에 《그 여자의 방》은 말합니다.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
영혼이 쉴 수 있는 회복의 시간을 가지라고.
《그 여자의 방》(원제: A Room of Her Own)은
오프라 윈프리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직 여성들(37인)이
자신의 사적인 공간에 만들어 놓은 개성 있는 은신처를 소개한 에세이집입니다.
오프라 윈프리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삶의 짐에 짓눌린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고단한 현실을 창조적으로 바꾸는 ‘에너지 충전소’의 로망을 실현케 합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삶에 지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하고 안정된 자기만의 공간이죠.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부엌과 베란다 등 실내의 작은 공간부터
헛간, 마당의 창고 등 실외 공간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안식처를 만들고 활용하는 데 필요한 것은 용기와 아이디어라고
이 책의 주인공들은 말합니다.
추천사에도 심혈을 기울였는데요.
깜짝 놀랄 분들이 이 책의 추천사를 써주셨습니다.
문애란 대표(전 웰콤 대표･여성 카피라이터 1호･한국컴패션 상근 봉사자),
다니엘 헤니, 소녀시대 수영, 엄정화, 이무석(국제 정신분석가･정신과 의사,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등.
이 분들의 글을 교정하면서 참 멀리 있다고 생각한 분들이
편집자에게는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죠.
문득 시간과 여유가 주어지면 주말마다 제가 찾아갈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작은 헛간도 좋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방 같은 작업실도 좋고...
끝으로 제가 사랑하는 울 교회 사모님이 써주신 서평을 올립니다.
그 여자의 방에서 바베뜨의 만찬을
박미애 _제자들교회 사모
《그 여자의 방》이라는 제목에 “아!” 하며 뺏듯이 책을 움켜잡고
들킬세라 가슴까지 설레던 까닭이 무엇일까.
과거에 헛된 꿈이라고 물줄기를 막아 버린 지 오랜 내 꿈의 펌프,
그러나 최근에 마르고 녹슨 펌프 작동을 다시 해보려 안간 힘을 쓰고 있던 차였다.
그 펌프에 마중물이 되어 주어서일까.
책속의 편안한 그림들만 보아도 양껏 젖을 빤 아기처럼 해갈이 된다.
인테리어 잡지 사진 같지만 아니다.
남의 방이지만 결코 남의 방만은 아니며 모두의 방이 될 수도 있다.
읽기도 전에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내 주위의 소중한 ‘그녀’들이 조르륵 생각났다.
아마도 젊은 애송이 시절에 내가 이 책을 접했다면,
단순히 성공한 각계 저명인사들의 부러운 사치 공간, 인테리어와 가구, 집이야기로
내게 적용 불가능한 구경거리로 읽었을 것이다.
하긴, 경험 없는 젊은 선교사들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무작정 선교지로 몸만 던지려 한다.
이때, 경험 많은 선배 선교사들이 이런 충고를 한다지 않는가.
“선교지 갈 때는 그 어떤 물건보다도 자신이 아끼던 머그잔을 꼭 가지고 가라”고.
그 머그잔은 나이가 든다고 해서 점점 필요 없어지거나,
여자가 아닌 남자라고 해서 필요 없는 게 아니다.
극악무도한 죄수들에게도 자신만의 공간이 주어지듯이
살아있는 동안 꼭 필요한 것이 자신만의 공간인 어떤 장소와 물건들이다.
또한 그 방이란 바삐 살아가는 어떤 이들에게는 재창조와 휴식의 공간일 수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을 생각하며 만들어 낸 공간일 수도 있다.
비어있는 공간이 방은 아니다. 방이 ‘그 여자의 방’이 되기 위해서는
다믄 한 자루의 볼펜이나 물컵 같은 가벼운 소품,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가구라고 칭할 만한 작은 의자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느 누가 수십 년의 세월을 살며 텅 빈 방에서 살다가는 사람이 있겠는가.
같은 인생을 사는 이가 단 한 명도 없듯이
그녀의 방에도 유형과 무형의 내용이 그녀의 인생처럼 채워진다.
그래서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그 여자의 방’이 시작되고 만들어지는 것이겠다.
그 방은 자라면서 떠나 버리는 내 분신인 딸과 달리
죽도록 같이 가는 어쩌면 더 가까운 내 분신인지도 모른다.
해서, 꼭 꿈꾸던 공간이 아니더라도 된다.
하다못해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분홍빛 스탠드 아래 한 뼘의 공간일 수도 있다.
분홍빛의 편지가 잘 써지던 곳이면 그런 곳에서부터 쉼의 공간은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평범한 주부임에도 결혼하면서 감옥에 갇혀 있는 느낌을 오래도록 받았다.
일상을 떠나는 쉼이나 휴식은 오로지 집이란 공간을 떠나고
바쁜 일상이라는 시간을 떠나야만 가능하다고 믿었다.
십여 년 전 쯤 자신의 집에서 자기만의 휴가를 스스로 선포하고
남모르게 쉬는 법에 대한 글을 접했을 때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
모든 사람이 하얀 지중해식 벤치가 있는 공간이나
오두막과 다락방, 가든 하우스를 가질 수는 없다.
그러나 각자의 환경에 맞게 노력해서 자기 공간을 만들어 가는 축복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한 번씩은 주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여자의 방》을 읽고 최근 몇 년간 내 인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절실했던 나만의 영혼의 방이 괜한 까탈이 아님을 확인했다.
너무나 반갑고 고맙다. 나를 위한 공간으로 보이지만 결국 타인을 위한 공간,
더 나이 들어 친구들을 초대해 대접할 기력조차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열정을 쏟고 싶은 공간,
최선의 음식을 만들며 대화와 추억과 수다와 웃음을 채우는 공간을
정말로 만들고 싶다. 영화 <바베뜨의 만찬>에서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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