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지내고 싶지 않은 주말이지만
회사에서 터진 문제 수습하랴,
어머니 병간호 하랴 고단한 일들 속에 있다.
간호 마치고 나오니 영혼이 정화된 것 같다.
이 고집 세고 자기 생각만 앞세우는 세상에
그래도 가족에게나마 온 힘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이
내겐 그리스도의 사랑을 아는 축복이다!
8월 17일 오전
연휴에 본 한국영화 네 편.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으로 매긴 순위다.
고지전=최종병기 활>블라인드>7광구
<고지전>과 <최종병기 활>에서 한국 영화 웰메이든의 자부심을 느꼈다.
컨디션에 따라 영화에 대한 평가도 따라오는 것 같다.
<고지전>을 볼 때는 전쟁 영화에 맞는 컨디션이었고,
<최종병기 활>을 볼 때는 활극에 맞는 컨디션이었던지 두 영화 모두 최고의
몰입을 경험케 했다.
참고로 <고지전>을 먼저 봤다.
절대로 두 영화 다 놓치지 말아야 한다.
특히,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것은 두 영화 모두 사운드가 장난이 아니란 것.
다운로드로는 결코 그 스케일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두 영화 모두 악역을 류승룡이 맡았는데 최고였다.
<최종병기 활>의 청나라 장군역이 <고지전>의 인민군 중대장보다
더 비중이 있는 역할이라 류승룡의 묵직한 카리스마가
극 전체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월 17일 오전
어제 나의 저자가 될 만한 두 분을 뵈었다.
세계 40여 개국을 돌아다닌 선교사님과 10년을 온라인에서만 만난 찬양 사역자.
선교사님에겐 명함만 드리고 합정동에 오시면 꼭 연락해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책을 쓸 마음만 먹고 있던 차에 내가 다가와 주어 감사하단 말씀이셨고,
찬양 사역자인 누나와는 밤 늦도록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커피숍에서 얘기하다가
다음 미팅을 대략 정해놓았다.
오륜교회 부근에서 안양의 집까지 택시 타고 가야하는 상황에서
현홍이 형 집에 들이닥쳐 외박을 했다.
(이게 다 아내가 잠시 처가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새벽 2시 넘도록 은이와 함께 잠포를 즐기다가
6시에 수영장 가는 현홍 형에 맞춰 출근.
회사 근처에서 라면 시켜 먹고 오전 내내 비몽사몽.
그보다 더 답답한 것은 외박할 줄 모르고 3일 동안 입고 있는 티셔츠다.
점심시간에 티셔츠 사 입고 미용실도 좀 다녀오면
어제 아껴둔 택시비 스르르 빠져나가겠다.
그래도 신간 기획을 위해 사람을 만나고, 오랜 지우인 교회 형 부부와 교제한 후
남는 이 피곤함, 전혀 싫지 않다.
8월 18일 오전
무릎팍도사 두 편으로 보여준 박정현의 매력.
이보다 더한 마성의 요정은 없다.
노래뿐만 아니라 토크에서도 푹 빠져들게 만드는 순수한 그녀.
몇 달 전에 머릿속으로만 기획한 아이디어를 펼치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지금이라도 용기를 내볼까?
8월 22일 새벽
방금 나가수에 첫 출연한 인순이 씨의 노래 <아버지>를 들었다.
워낙 나를 힘들게 한 아버지가 생각 나 클릭하기 전 조금 망설였던,
그러나 내레이션 부분부터 울컥하게 만든 그녀의 노래...
2006년 3월 4일 내 결혼식에 오셔서 축가를 선물해 주고 가신,
그분이 새삼 자랑스럽고 고맙다.
보석 같은 전설의 디바가 이제 다시금 재평가되는 것 같아 기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