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저녁
오늘따라 퇴근길 지하철을 타는데 문득 노르웨이나 중국처럼
갑자기 내게 사고가 닥친다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게다가 전동차가 출발하자 안내방송에
"테러나 화재 시 대피 요령"이 나오는데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총기 범죄가 없는(극히 드문) 한국이지만,
가까운 일본에도 옴진리교 같은 무리의 테러가 있었고,
불과 몇 년 전 대구지하철에서도 화재 사고가 있지 않았나?
도대체 인간의 극악무도함은 어디까지일까?
잘못된 생각 때문에 남을 해치면서 자신은 기독교인이라고 말하는 그 신념의 한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각으로 남을 죽이고 자기 마음대로 세상을 재단하는
테러 분자들이 내 속에 얼마나 많은지...
나는 진정 나를 죽이고 남을 살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길을 가고 있는가?
7월 26일 오후
점심 식사 후 잠시 양화진 책방에 들렀다.
주로 경제경영서와 자기 계발서를 내는 샘앤파커스의 기독교 책,
<친애하는 교회 씨에게>의 표지를 읽다가 울컥했다.
‘나의 아픔보다 더한 교회의 아픔’이란 부분에서...
나는 이 시대 이 땅의 교회가 겪는 아픔에 대해
얼마나 깊은 통증을 느끼고 있는가?
어제와 오늘 노르웨이 우토야 섬의 캠프 중인 십대 청소년들 76명이
한 명의 미치광이 근본주의자의 총에 난사당한 처참한 뉴스가 흐르는데
같은 유럽이 아니어서인지, 내 주변은 너무나 고요하다.
먼 나라 토픽쯤으로 그냥 지나치기엔 끔찍하고 잔인한 일인데도
눈물바다는 노르웨이와 북유럽 쪽에서만 있는 일인 듯...
칼기가 폭발했을 때 유럽인들이 느끼는 충격도 한국만큼 크지는 않았겠지만,
그 희생당한 청소년들과 유가족들 생각에 정신이 멍해진다.
포털에 뜨는 뉴스에 새로 올라오는 소식도 찾아보며
어째서 내가 사는 현재 이 땅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진정한 기독교는 없고 총연합회, 근본주의, 극우주의 이런 말들이 교묘하게
기독교와 합성어를 이루어 복음을 파괴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나는 이런 끔찍한 뉴스에서 느끼는 충격만큼
한국 기독교가 겪고 있는 비난과 아픔에도 통증을 느끼는지...
내가 느끼는 그 어떤 충격이나 아픔보다 더한 충격과 아픔을
이 땅의 기독교가 받고 있는 현실과 실재를 돌아볼 때 깊은 한숨이 나온다.
어쩌면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일들을 바라보는 내 주변의 한국 사람들과
이 땅의 기독교의 이름이 땅에 떨어져 있는 현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같은 것이 아닐까...
몸서리치게 떨리고 괴로운 일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