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요일부터 주일까지 영승이가 가지고 논 장난감으로 거실이 엉망이었다.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다음 일을 제대로 잘 못 하는 나는,
주일 저녁 예승이의 가족 돌잔치 예약을 하고
저녁 시식을 든 후 귀가하여 아이들부터 씻겼다.
두 아이 모두 부드러운 살갗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후 안방에 가둬놓고
스팀청소기를 꺼내 구석구석 닦고 정리하기를
자정 가까이에서야 마무리 지었다.
상큼한 집안 공기에 뽀듯뽀듯 윤이 나는 분위기를 확인 후
출근 준비를 하다가 지쳐 잤는데...
아침에 아이들 자는 모습 보며, 깨끗한 집에서 나올 때의 기분이 너무 좋다.
주말부터 실컷 자고 놀다가 나올 때보다 이렇게 집안 정리를 하고
한 주의 일을 시작할 때 즐거움을 느낀다.
굴러다니는 아이클레어 조각도 없고, 머리카락에 음식물 부스러기도 없는 바닥을
사랑하는 예승이가 마음껏 기어 다니는 것은 상상만 해도 기쁘다.
곧 다시 지저분해지겠지만, 아내에게 집안 정리, 빨래, 설거지만큼은 덜어주고 싶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난다.
내 영혼은 언제 청소했던가?
독자들의 맑은 영혼을 회복시키는 데 일조한다는 문서 선교의 사명감으로
많지 않은 월급에 고단한 일들을 감당하지만, 정작 내 영혼은 이 일을 하기에
얼마나 정리되어 있고 청소(회개)에 신경 쓰고 있는지...?
휘트니 휴스턴은 비록 망가진 목소리지만 주님의 사랑과 구원을 고백하며
CCM을 불렀다. 감동적인 그녀의 재기 스토리가 담긴 원서를
2년 전에 사장님 지시로 검토한 적이 있다.
결국 번역 출간하지는 못했다.
사망 직전에도 찬송가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뉴스에 소개되었다.
아무도 그녀를 나무랄 수 없다고 본다.
결혼 생활의 고통과 톱스타 입장에서의 멘탈 붕괴를 누가 제대로 헤아릴 수 있을까.
아침마다 직원들과 찬송가를 부르고 큐티를 하면서
하루 종일 사랑하지 않는 마음으로 사는 나는, 약물에 의지한 그녀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똑같이 세상의 문화에서 쓰러지는 연약한 모습이다.
그것이 약물이냐, 마음의 분노와 미움의 찌꺼기냐의 차이지,
우리 크리스천 일상의 어그러짐은 거기서 거기다.
보이지 않는 영혼을 맑게 청소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음식물 찌꺼기, 놀잇감, 먼지들이 굴러다니는 내면의 바닥을 청소하고 정리하려면
주님 앞에서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모두 고백해야 한다.
그분이 청소해 주실 것이다. 내가 하는 스팀청소에 비할 게 아니다.
윤이 나지 않는 영혼은 약물을 남용하는 영혼 그 자체다.
휘트니 휴스턴, 나는 여전히 그녀의 노래를 사랑한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지저분한 사람인지
삶의 영역 안에 들어와 있는 해로운 약들,
내 영혼을 녹아내리게 하는 무익한 독들이 얼마나 많이 틈 타 있는지
그녀의 마지막 삶을 짐작하며 헤아려 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