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원무과부터 들려 병원비를 내고
어머니를 돌봐드렸다.
우리 모자는 이렇게 봄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눈다.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없어도
눈빛으로 마음으로 교감하는
조용한 대화..
실제로 꼼짝할 수 없는 내 현실을
돌봐주신 분이 하나님 아닌가.
주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언제나 봄이다.
찬바람에 살이 에여도
눈빛으로 마음으로 교감하는
조용한 기도..
2월 28일
교회 조원 가정인 서윤이네 돌잔치에서
식혜를 좋아하는 영승이
매가 먹잇감을 향해 날아드는 눈빛으로 폭풍 흡입 중.
안양에서 왕십리 교보빌딩까지 복잡한 길 뚫고 와
아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 보니
평안이 밀려온다.
2월 27일
오전 내내 속이 불편하고 원고에 집중이 안 된다.
어제 주일 예배 마치고 채 집사님 댁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교제한 후
밤늦게 와서 제대로 정리가 안 된 채 출근했더니, 몸도 마음도 녹초다.
두 아이도 눈병이 걸렸는지 컨디션이 좋지 않고
나 또한 출근 후 내내 속이 불편하다.
마음이 청소되지 않고 일할 시동을 제대로 걸어놓지 않고
무방비 상태로 월요일을 맞을 때마다 일어나는 신체의 불협화음.
아이들 씻기고 집 청소도 한 후 책상에 앉아 여러 생각들 정리하고 나올 때의
그 안정감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치명적일 수가...
과거에 무계획이 계획이던 내 생활 패턴이 이제는
묵은 것은 정리해 두고 새로 할 일은 머릿속에 데이터베이스화하지 않으면
불안정해지는 패턴으로 바뀌었다.
나이가 들고 책임져야 할 반경이 넓어질수록
그에 따라 적응해가고 본능적으로 내 능력의 인치 수도 맞춰져야만
감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세워지고 있다.
어쩌면 그런 과정을 통해서 젊음, 자유와 멀어지는 기성세대 가장의
책임을 느끼는 자리로 들어서는 게 아닐까.
묵직한 어깨는 묵직한 아랫배를 만드는 것 같은 긴장감만 감도는 월요일 오전.
때론 확 벗어나고 싶고 때론 이 싸움에서 지지 않고 싶고..
지금은 정말 내게 평안을 주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출근할 때부터 속이 불편하여 아침, 점심을 모두 굶었다.
그러다보니 빵조각과 두유 등에 손이 가긴 했지만,
속은 상당히 가벼워졌다.
운동을 제대로 할 시간이 없으니 때론 식사를 좀 넘기는 것이
컨디션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식사량을 의지적으로 덜어내듯이
내 마음과 입술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 적개심, 험담, 협잡 등
지저분한 감정들도 쉽게 덜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나님의 자녀로서 제대로 사는 데 도움이 될 텐데...
문득 어디 조용한 데 들어가서 금식기도를 해보고 싶다.
어머니 간호하느라 체력이 떨어지면 안 되어
금식기도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지만,
요즘의 나는 몸과 생각을 절제하고
간절한 기도의 영역으로 들어갈 필요를 느낀다.
용서받은 사람은 고마워하지 않고 분노하고,
용서를 베푼 사람은 고마워하는 게 상식이란 것을 가르쳐 줘야 하는 집단.
- 아이이거나 인간이 아닌 사람을 용서해야 할 때 감안해야 할 환경.
(모 국회의원의 행태를 보며..)
이어령 교수님과 이재철 목사님 대담집을 준비하는 중에
이민아 변호사님 책을 기획해 보자는 제안을 한참 전에 했었는데
유야무야 넘어가더니 열림원에서 두 번째 책이 나왔다.
한 여인으로 이처럼 숱한 역경의 삶을 사신 분이 또 있을까.
가끔은 하나님께 따져보고 싶다.
고통의 총량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인정하며 살아야 하는지...
그렇다면 신의 공평(평등이 아니다)은 하늘에서만 찾아야 하는 정답인지...
성경에 나와 있는 답을 알면서도 주어진 삶이 참으로 무거울 때
연약하게 지어진 인간은 어디서 감동과 기쁨을 누려야 하는지
가물가물할 때가 있다.
그런 고민들 속에서 이민아 변호사님의 삶이 말해 주시는 교훈은
말할 수 없이 거대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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