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
성도가 된다는 것.
천만 인이 둘러싸서 교회를 비난하고, 내게 그 따위 교회를 왜 다니냐 해도
주의 몸 된 교회의 편이 되어 막아 주는 것.
그리고 내 죄로 인해 교회의 영광이 가려지지 않는지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것..
2월 10일
으슬으슬 추운 금요일 저녁,
나는 어머니 간호해 드리러 간다.
차가운 세상을 멀리 보내고
따뜻한 세상을 만나는 기분으로
합정동에서 부천으로 부르릉~!!
어머니 간호하는 시간은 마음이 가벼워진다.
이 시간 나는 삶의 모든 긴장으로부터 멀찍이 서 있게 된다.
식물 상태의 중환자를 치료하고 목욕시키는 건
많은 주의와 긴장이 요구되는데
마음이 가벼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집중력 때문이다.
엄마의 손부터 발까지 정확한 순서로
관절 운동을 시키고 적절한 힘 조절로
구강 청결부터 누워 계신 위치까지
편한 자세로 잡아 드릴 때
모두 순간적인 직감에 따라 손발이 움직인다.
그 때문에 머리는 쉴 수 있다.
어쩌면 나는 뇌에서 이뤄지는 판단으로
간호하는 게 아니고 심장의 기억으로 하는 것 같다.
간호하는 시간에 내 머리는 쉬고,
마음에서 익숙한 집중력이 작동된다.
물론 어머니 상태가 안정적일 때 그러하다.
감사하게도 지난 2년 6개월여 동안
현재 계신 병원에서 긴급상황이 거의 없었다.
오늘도 그렇게 익숙하게 움직이는 손발의
습관에 따라 편안한 시간을 누리고 있다.
머리가 아닌 심장으로 하는 일은
아무 결과가 없어도 자신만이 아는 과정으로 인해
평안할 수 있다는 걸 배우게 된다.
2월 13일
아침 포커스 신문에 휘트니 휴스턴의 죽음과 비욘세의 딸 공개 기사가 나란히 실려 있다.
한 디바의 슬픈 말로와 한 디바의 행복한 미소와의 콘트라스트.
갑자기 맥이 탁 풀린다.
이리저리 SNS에 올라온 글들 읽기를 그치고,
김경호가 어제 나가수에서 부른 <그녀의 웃음소리 뿐>만 반복해 듣고 있다.
출근길 가슴이 먹먹하다.
이문세의 이 노래와 그녀의 명곡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을 테이프 늘어지도록 들으며
잠 못 이루던 고등학교 때가 생각이 나...
퇴근하며 대학교 때 IVF 선배 형을 만나러 간다.
1994년 이후 거의 처음 마주한다.
후배들 수련회 격려 차 한번 만난 적 있는데 그 마저도 16년은 된 것 같다.
20대 대학 시절 알던 선배를 나이 마흔을 훌쩍 너머 다시 볼 생각을 하니,
오랜 연인을 만나는 것 같은 설렘이 일렁이는데...
또래 친구가 군대 가는 것도 아닌데 이 시간 동물원의 <혜화동> 이 떠오르네.
더얼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 길 /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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