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아무리 생선을 호화스러운 포장지에 정성스럽게 싸서 잘 보관해도
그 포장지는 비린내가 날 수 밖에 없어요.
그렇지만 향나무를 날 선 도끼로 찍어내면
자기를 찍어내고 죽이는 도끼 날에도 향이 묻어납니다.
글이란 그런 것입니다.
여러분이 아무리 멋진 문장과 표현과 아름다운 포장으로 감싸도
안에 든 '무언가'가 생선이면 결국 비린내가 납니다.
그러나 세상이 달려들어 여러분을 죽이려고 하고, 공격을 해도
여러분의 존재가 '향'이 난다면 침묵 속에서도 향이 납니다.
글을 쓰는 법이 중요한게 아니라, 글을 쓰는 여러분이 어떤 이인가가 중요합니다.
표현 자체에 집착하지 말고, 향이 나는 사유와 삶을 살아내십시오"
- 유경환 선생님.
내 평생에 두고두고 읽으며 명심해야 할 고언이다.
인남식 교수님의 글에는 늘 "무언가 향"이 묻어 있다.
***
<인남식 교수님이 올리신 원문>
학부때 들었던 수업 중 가장 지루하고 죽을 것만 같았던 수업은 '문장론'이었다.
시인이자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역임하셨던 유경환 선생님 수업이었다.
당시만 해도 기자가 되어보겠다는 꿈에 부풀어
신방과 과목을 떡하니 수강신청하고 들어갔으나
단조로운 톤에 알 듯 모를 듯한 선문답식 화두로 진행되는 수업이라
정말 하루에도 수없이 수강철회를 고민했었다.
그 이후 글쟁이 되는 것 포기했을지 모른다.
유려한 표현이나, 학생들을 휘어잡는 감동의 스토리 또는
멋진 프리젠테이션 하나 없는 수업이었다.
정말 한 학기 내내 단 한 번도 웃지 않으셨고,
그저 불특정 다수 대하듯이 조용히
'글 쓰는 법', '제목 선정하는 법', '논리 전개' 등을 읊으셨다.
지금과 같은 강의 평가 체제라면 아마 좋은 점수 못 받으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때 들었던 내용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끝없이 내주시는 습작의 글제들을 다루어나가면서
당신의 가르치고 싶어 하는 바가 하나하나 각인되었는지 모른다.
어떻든 학기 마지막 시간에 유경환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주시고
홀연히 나가셨다.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이기에 찾아뵐 수 없지만,
그 분의 마지막 마디는 아직 울림이 있다.
"여러분, 아무리 생선을 호화스러운 포장지에 정성스럽게 싸서 잘 보관해도
그 포장지는 비린내가 날 수 밖에 없어요.
그렇지만 향나무를 날 선 도끼로 찍어내면
자기를 찍어내고 죽이는 도끼 날에도 향이 묻어납니다.
글이란 그런 것입니다.
여러분이 아무리 멋진 문장과 표현과 아름다운 포장으로 감싸도
안에 든 '무언가'가 생선이면 결국 비린내가 납니다.
그러나 세상이 달려들어 여러분을 죽이려고 하고, 공격을 해도
여러분의 존재가 '향'이 난다면 침묵 속에서도 향이 납니다.
글을 쓰는 법이 중요한게 아니라, 글을 쓰는 여러분이 어떤 이인가가 중요합니다.
표현 자체에 집착하지 말고, 향이 나는 사유와 삶을 살아내십시오"
하고 홀연히 나가셨다. 아직도 선명하게 생각이 난다.
유경환 선생님.
***
나는 도끼에 찍히는 향나무인 적보다
번듯한 포장지에 싸인 비린내 나는 생선인 적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썩은 생선에서 향을 느낀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죄스런 마음이 들고,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정직하게 애쓰고 회개하지 않으면
타고난 생선 비린내에 공해만 일으키는 존재로 전락하가기 쉬운 사람,
그런 위선적인 사람이 바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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