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
어머니 병간호를 마쳤다.
오늘은 셀카를 찍지 않았다.
늘 비슷한 모습의 사진이어도 사진을 남겨두는데
오늘은 기도만 간단히 하고 병실을 나섰다.
다른 날보다 간호가 수월했다.
새로운 간병사님이 깨끗하게 엄마를 보살피셔서,
난 간단한 처치와 약식 목욕만 해드리면 충분했다.
아주 간혹 있는 일인데 오늘처럼 좋은 분을 만나면
평안과 기쁨이 밀려온다.
내가 혼신의 힘을 쏟다가 한숨 돌리는 순간이다.
어머니 얼굴빛도 좋고 손가락 발가락에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한 병실에 환자가 여섯 분이라 많은 디테일을 포기하고
내가 직접 충족시켜 드려 왔는데
오늘 뵌 간병사님의 환자 위생 관리 수준은
백 점 만점에 백이십 점이다.
이십 점은 개인 간병 수준으로 잘 돌봐 주셨기 때문에
공동 간병사께 드리는 만족의 선물이다.
오랜 병원 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집에서 간호했던 8년의 시간이
얼마나 독특했는지 깨닫게 된다.
그 시절은 고통의 재로 뒤범벅인
몸서리치는 시간이 아니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진주의 화관과 같은 추억이 돼 있다.
오늘 일찍 간호를 마치고 차에 와서
잠시 지나온 내 청춘의 시간을 돌아보며
감사의 여유로움을 느꼈다.
하나님이 안심하라고 좋은 분들을 내 주변에
밀어 넣으시는 것 같다.
뜻밖의 평안을 맛보고 이제 집으로 고고!
1월 28일
용산전쟁기념관 공룡엑스포
티라노 쓰다듬기
공룡전시회가 열린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큰아들 영승이와 주말 하루를 다 보내고 귀가했다.
아빠의 자리는 가족을 위해 자아의 욕구는 느끼지 못 하는 자리.
아니, 가족의 욕구가 곧 자아의 채움과 동일해야 하는 자리인 것 같다.
아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모든 행복을 대신하는...
근데 집에 다 와서야 자신이 고른 티라노 풍선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한 시간 가까이 울었다.
공룡엑스포에서 젤 비싼 풍선이었는데..
아, 이런 진짜 어렵다.ㅠ
작은아들 예승이입니다.
애교 쟁이 막내죠.
네 살 터울인 형만 보면 까르르,
퇴근한 아빠만 보면 전폭적으로 달려드는
생후 십 개월 겸둥이죠.
엄마가 아무리 미인이어도
아빠의 유전자가 우수하지 않으면
이런 얼굴 안 나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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