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영승이의 유치원 행사인 <아빠와 관악산 등반하기>를 함께했다.
산에서 내려와 정상에서 찍은 사진으로 액자 만들기 시간을 가졌다.
관악산 주변에서 주운 단풍잎으로 아이와 같이 장식하고
아빠가 손글씨로 메시지를 써주라는 유치원 선생님 말씀에
무슨 말을 써줄까 고심하다가, 다른 아빠들 액자를 휙 보니,
"어디서든 최고가 돼라" "훌륭한 리더가 돼라"
그런 메시지들이 대부분이었다.
"착하고 건강하게"도 더러 보였다.
역시 모두가 일등이고 리더가 되라는 '판'에
영승이의 액자에 "더디 가더라도 사람 생각하고
남에게 져주는 바보가 되어라!"고 써주었다.
이 말 뜻을 제대로 알 리 없는 영승이는 옆에서 낙서를 하며
엄마에게 보여 주겠다며 좋아라 했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액자를 보여 주니,
무슨 유치원 아들에게 이런 철학적인 말을 다 썼냐며
시니컬한 표정을 짓다가 곧 내 설명을 듣더니,
이내 아주 자알 썼다며 부엌 벽에 걸었다.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몇몇 선생님이 그러셨다.
"서울의 대학에 못 들어가면 너희들은 쓰레기야.
지금은 같이 공부하지만 나중에 누구는 주인이 되고
누구는 하인이 될 거야."
도대체 그분들은 무슨 생각으로 청소년인 내 또래들에게
그런 쓰레기 같은 가르침을 주며 불안과 공포를 심어 주었는지...
남들과 경쟁하여 이기지 않으면 불행해 질거라는 부추김에서
우리 아이들만큼은 지고도 행복하고 져주고도 기쁜 삶을 추구했으면 한다.
ps. 액자에 <져주는>을 <저주는>으로 잘못 썼다.
아, 남에게 저주될 일은 없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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