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었다.
실은 어제 10월 13일, 음력 9월 17일이 어머니 생신이었다.
1948년생이시니 만으로 예순셋이시다.
1997년, 만으로 마흔아홉(사람들이 아홉수가 어쩌고 하는 말 듣기 싫어서
그냥 오십 되셨을 때부터 편찮으셨다고 말한다) 때부터
14년을 거의 채웠다. 이제 숫자가 헷갈린다.
대략 올해가 15년째라는 것만 기억한다.
그 긴 세월 동안 숱한 일들을 겪으며
일상으로 받아들인 현실, 과거에 대한 감사, 미래에 대한 소망 속에서도
어머니의 생신인 하루만큼은 말할 수 없이 울적하다.
평생 효도 관광 한번 시켜드릴 수 없고,
이제 주기적으로 뵙는 날이 아니면 생신 때도
이를 기억하고 울적해하는 이는 가족 중에 나뿐인 하루.
나는 식물인간 상태의 어머니를 장기간 간호하고 있다는 타이틀이
어색하고 싫다.
언젠가부터 해마다 돌아오는 어머니 생신 날,
그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억지로 애쓴다.
어제도 평소 때와 똑같이 밥을 먹고 일하고 귀가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주말에 뵐 일만 생각했다.
재작년에 쓰고 멈춘 '엄마에게' 수필을 써볼까 하다가
글쓰기 편한 페북에 이 작은 기록만을 남긴다.
엄마에게...
나는 당신을 늘 사랑합니다.
병상에서든 혹 건강하셨든 제게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엄마일 뿐입니다.
내일이 오는 게 두렵고 피곤하지 않도록,
힘써 감사의 길로 모든 상황을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강한 마음을 먹을 수 있는 힘을 주신 엄마,
나보다 훨씬 강하셨던 1997년 가을 이전의 당신 모습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내일도 나는 강한 모습으로 살아갈 겁니다.
생신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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