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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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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mepage |
http://ultrakyojin.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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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새희를 응원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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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졸업 무렵부터 알던 은이의 예쁜 딸 새희가
난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 것은 지난 2007년 8월이었다.
급성전골수성 백혈병 판정이었다.
그 후 2년 여 동안 힘든 항암치료를 받으며 대견하게도 완치 판정을 받은 새희.
이제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 강아지를 돌보며 피아노도 잘 치는 새희가
요즘 다시 몸의 수치가 이상해졌다고 한다.
은이는 결코 꺼내고 싶지 않은 과거의 시간을 다시 대면하게 되었다.
딸의 간병일기 시즌2를 써야 하는 상황.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힘든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 싸움이 혼자만의 싸움이 아닌 것에 감사하기까지 했지만,
오랜 기간 어머니 간호를 해온 나는 은이네 가정을 보며 동지애를 느끼면서도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
아직 완전한 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내일 오후면 어느 정도 어려운 길을 다시 걸어야 할지 밝혀질 것이다.
“주님은 왜 우리에게 비껴가고 싶은 고통의 시즌2를 주실까?”
이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죽음을 이기신 분을 알고 있다.
주님이 부활하셨기 때문에 죽음이 이미 무장 해제된 적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여전히 병, 가난, 고통이 있는 세상을 걸어가야 하고
부활의 영광과 함께 그 어떠한 고통도 나를 비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완치된 병이 재발할 수 있다는 것과 조금도 완치되지 않았지만
힘들고 어려운 고통을 견디며 끝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싸워야 함도
주시는 대로 모두 감당해야 한다.
내 이웃에게 일어나는 모든 고통이 내게 동일하게 일어날 수 있고,
내가 겪고 있는 이 고통 또한 어느 누군가는 지금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재발에 대한 몇 가지 기억이 있다.
나는 해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면 심한 허리 통증을 앓는다.
그 시점이 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느끼는 기간이기에 그러한 것 같다.
올해도 어머니를 계속 간호하며 추운 겨울을 맞게 될 것이란
마음의 준비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내가 아무리 익숙한 어려움으로 단정하고 ‘그까이 꺼!’ 하며
낯설게 덤벼오는 험난한 미래를 거절해도 정신적으로 괴로운 건 어쩔 수 없다.
바지를 입기도 양말을 신기도 어려운 요통을 끌어안고 회사 일을 하며
주말이면 어머니 간호를 하러 병원에 달려간다.
아픈 허리를 참고 귀가하면 목마를 태워달라는 아들의 청을 들어줘야 한다.
아빠는 울트라맨이니까!
신혼 때 아내는 내가 걸음을 옮기지도 못하는 몸으로 어머니 몸을 안고
목욕 시키고 간호하는 일을 미루지 않는 것에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올해도 참 예상치 못하게 그 요통님이 오셨다.
퇴근 후 큰아이 목마를 태워주고 잠들었다가 오늘 아침 재채기를 크게 한방 했는데
허리가 딱 결리고 말았다. 별로 대수롭지 않아 웃음이 났다.
죽을 것 같은 고통도 해마다 재발하면 웃을 여유가 생긴다.
대략 며칠 후에 나을지도 예상이 된다.
나았다 아팠다를 반복하면 재발도 일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난치병의 경우는 임팩트가 다르다.
내 경험에 정말 아픈 재발은 어머니의 결핵이었다.
처음 어머님의 결핵 진단 소식은 경기도 덕평 부근에 있는
Y병원에 어머니를 모신 지 3개월쯤 지난 2005년 6월이었다.
회사에서 일하던 중에 병원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비서실에서 회장님 호출이란 연락을 받은 후였지만,
어머니 주치의께서 설명하는 그 심각한 진단을 듣느라
감히 회장님께 올라가지도 않고 의사 선생님 설명에만 귀를 기울였다.
도무지 믿기 어려웠다.
집에서 8년을 간호하면서 정갈한 상태로 몸을 보전하셨던 어머님이
C요양원 1년, Y요양병원 3개월 만에 결핵이라니!
어디서 전염됐는지 모르지만 일단 싸워야 했다.
비서팀장님이 늦게 올라왔다고 야단을 쳤지만 내 귀엔 들어오지 않았다.
그 다음날 어머니를 뵙고 담당 주치의를 만나 앞으로의 일들을 의논했다.
병원 내 구석에 있는 초라한 일인실로 침대를 옮기고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끌어안아야 하는 개인간병인을 불렀다.
(돌아보니 그때 개인 간병료를 따로 내면서, 병원비 내역에 포함된 간병비까지 계산하여
이중으로 부담했다는 사실을 한참 후 알았다. 진작 알았으면 환불요청을 했을 텐데,
우리나라 병원은 보호자가 말하지 않으면 넘어가는 일이 너무 많다.)
한 달 정도 약을 써서 전염성을 없애면 다시 6인실에서 이전처럼
공동 간병으로 투병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 한 달 동안 열심히 기도하며 어머니를 간호했다.
다행히 전염성은 점차 사라졌다.
하지만 독한 결핵약 때문인지 어머니는 계속 설사를 했고,
욕창 발병 우려로 소변줄을 착용해야 하는 상황으로 안 좋아지셨다.
폴리라인이라는 소변줄은 환자가 불편해하고 감염 요소도 많아
되도록 안 쓰는 게 좋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엉덩이 피부도 상당히 약해지셨다.
그 후 1년 여 동안 약을 바꿔가며 결핵과 싸웠지만 완치 판정은 받지 못했다.
계속 약을 써야 한다는 것 밖에...
감사하게도 어머니를 자주 접해온 나는 결핵이 전염된 듯한 증세가 없었다.
내과에서 사진을 찍어봤지만 내 폐는 깨끗했다.
영승이가 태어날 무렵 덕평까지 다니기 불편해 서울로 병원을 옮겼다.
병원비는 이전보다 50만 원가량 더 나왔다.
영등포에 있는 M병원은 타 병원에 비해 깔끔하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1년 반을 계시는 동안 병원비 부담을 제외하고는 내 생활도 안온한 편이었다.
그러다 2009년 갑작스레 권고사직이 되어 직장을 잃었다.
게다가 그때 어머니께서 곧 돌아가실 수 있다는 폐렴에 걸리셔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고가의 항생제를 장기 투여하는 바람에
병원비가 매 달 270여만 원이 청구되고 있었다.
매월 160여만 원 되는 병원비를 꼬박꼬박 납부해 왔는데
요양병원에서 책정하는 이런 적극적인(?) 비용은 도무지 대처하기 어려웠다.
감사하게도 나를 간증자로 초청한 한미연합사 채플의 군무원 회장님이
부천의 S병원을 소개시켜 주셔서 월 100만원 정액으로
어머니의 병상이 새로 마련되었다.
실업 급여를 받던 나는 ‘할렐루야’였다. 하지만 감사도 잠시였다.
그때 어머니 병명은 폐렴이 아니라 결핵이 재발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신종인풀이 유행하여서
어머니 병상에 임시로 쳐둔 칸막이에 대해 다른 면회객들이 불평이 심해졌다.
S병원은 격리실이 없어서 전염성 균이 있는 환자는 돌봐 줄 방법이 없었다.
주말에 면회를 온 보호자 중에 어머니가 에이즈가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내 형편을 아시는 병원장님은 안타까운 마음에 이곳저곳 전화해 보시더니
마산에 있는 결핵전문병원으로 어머니를 옮기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셨다.
서울과 경기도 사이를 오가는 것도 석션과 호흡 문제로 어려운데
어떻게 그 먼 마산으로 간단 말인가!
그리고 마산의 결핵전문병원이 어머니 같은 중환자를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지도 않았다.
앰뷸런스로 무사히 간다고 해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마산으로 거주지를 옮길 수도 없고,
내가 곁에서 간호했던 모든 시간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고통은 차치하고라도
어머니 결핵에 대한 솔루션으로 받아들일 수도 병원에서 버틸 수도 없었다.
그때 누가회 김경철 선생님이 순천향병원의 김태형 교수님을 연결해 주셨다.
이상하게도 고통의 한복판에 서 있던 나는 힘든 마음이 가득해야 하는데 전혀 힘들지 않았다.
고통을 느끼는 신경세포들이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그건 내 믿음의 분량으로는 불가능한 현상이다.
내가 둔해서 못 느끼는 건지, 믿음이 좋아서 못 느끼는 건지 모르지만
돌아보면 하나님이 오른 손을 펴서 막아주신 은혜가 아닐까 한다.
김태형 교수님은 지금까지 내가 만난 어머니 주치의 선생님들 중에
가장 친절하고 자상하셨다. 제대로 뵙고 인사하기도 전이었는데
전화 통화로 결핵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격리실을 미리 잡아주시며
세세히 챙겨주셨다. 기쁜 마음이 들었다.
순천향병원에 달려가 처음 뵀을 때 자신의 연구실로 이끌며 커피를 타주셨다.
이런 의사 선생님 정말 흔치 않다.
게다가 나와 친분이 있는 정모세 편집장이 살림에서 만든 책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좋아하는 책이라며 읽어보라고 선물해 주시기까지!
순천향병원으로 어머니 입원 과정은 순조로웠다.
1998년 여름 서울대학병원 퇴원 후 2009년 여름 다시 대학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지만
내 마음에 불행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마산까지 내려가야 했던 어머님을 이렇게 서울 시내 종합병원에
바로 입원시켜 드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김태형 선생님은 결코 한가하신 분이 아니었는데
진료중이 아닐 때면 언제든 자신의 방을 찾아오라 하시며
아들 이야기를 비롯한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해 주셨다.
그리고 나는 온몸이 전율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책을 내기 전 무명이었을 때 내 글을 좋아해 주신 분 중에
삼성병원 김현숙 선생님이 계셨다.
재활치료 분야를 진료하시는 교수님이었는데
처음 어머니 결핵 소식을 글로 접하시자 자신의 후배가
감염내과의 권위자라며 잠시 어머니를 순천향병원에 입원시키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그때 나는 어머니 병원을 옮기는 것이 힘들어
Y병원에서 일단 계속 치료해보겠다고 했는데,
4년이 흘러 결핵이 재발하자 다른 경로를 통해 순천향병원에 입원시켜 드리게 됐고,
김현숙 선생님이 그때 연결시켜 주시려던 후배 의사 선생님이
바로 김태형 선생님임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은 우리 모자의 과거, 현재, 그리고 앞길을 눈여겨보시며
좋은 사람들을 보내주고 계심을 확연히 알게 된 대목이다.
한 달여 김태형 선생님의 치료를 받으며 감사한 일은 또 있었다.
그때쯤 두란노의 외주자로 대필 작가 일감을 얻었는데
두란노 사무실이 순천향병원과 가까워 내가 어머니 병상을 지키며
일하기가 매우 편리했다.
그 와중에 지금 아픈 새희의 아빠가 일하는 러빙핸즈 멘토링 강의에
강사로 초청되어 은혜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어머니 결핵은 점차 좋아지셨고 퇴원할 때쯤
김태형 선생님이 병원비가 너무 높게 나오지 않도록
많이 애써주셨다는 것을 알았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그리고 현재 어머니께서 계신 부천의 가은병원을 추천해 주시기도 했다.
모든 과정이 감사했다.
가은병원은 어머니께서 가장 오래 머무시는 병원이다.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거쳐 온 여느 병원들보다
친절하고 고마운 병원이다.
비급여에 해당되는 투약비와 기저귀 값을 안 받고
월정액으로 어머니를 받아 주셔서 어머니 상태에 따라 병원비 부담이 컸던
과거에 비해 안정적으로 투병하고 있는 중이다.
입원 초기에 또 결핵이 전염성으로 드러나 마음이 어두컴컴해진 일이 있었는데
가은병원 인근의 계열 병원으로 옮겨 1인실에서 2주 정도 치료받으시자
전염성이 사라지셨다. 그때 결핵 재발의 공포는 내 믿음의 시험대였다.
그리고 몇 달 전, 어머니 결핵은 완치 판정을 받았다!
지금은 건강한 사람도 견디기 힘든 그 독한 결핵약을 쓰지 않고 있다.
현재 어머니는 가은병원에 계신다.
무엇보다도 간호데스크가 무척 친절하여 안심이 된다..
많지 않은 출판편집자 월급 중 매달 백만 원은 어머니 병원비로
떼어 놓고 사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병원에 달려가 서너 시간 동안 어머니를 목욕시키고 치료해 드린다.
이전에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과정에서 엉덩이 부분에 생긴 욕창이 나았고,
최근에는 죽어가던 손톱이 다시 살아나 감사한 일도 있다.
옴에 걸려 한 달을 괴로워하시다가 나은 적도 있다.
이렇게 문제와 해결이 계속 반복되는 긴장점을 안고 산다.
언제 또 무슨 일로 나를 불안하게 할지 모르지만,
여러 번 아픔을 겪은 만큼 덤덤한 마음도 많이 생겼다.
지난 15년의 과정에서 나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의심한 적이 없다.
괴로운 일이 겹칠 때는 오히려 하나님 한 분만 깊이 보인다.
그렇게 자세하게 주님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고통의 복판에서만이 가능하다.
대충 가볍게 아프면 인간적인 생각에 헤매기 쉽다.
정신없던 시간을 지나고 다시 살만해졌을 때
내가 얼마나 감사한지 돌아볼 시간을 갖는 것,
다시 고통스런 환경에 들어갈 때 얼마나 깊이 주를 바라보느냐는
하나님이 우리 인생에 진리를 밝히 알게 해주시는 절호의 기회다.
나는 새희가 겪게 될 의료적인 현실을 바라보지 않는다.
어린 자녀의 아픔은 부모를 간호하는 아픔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더 절절하게 아픈 만큼 하나님은 더 절절히 팔 벌려 새희를 꼭 안아주실 것이다.
“또 나의 사랑이 필요한 만큼 아픔을 겪을 딸아! 정말 미안하구나.
하지만 내 본심은 아픔 자체가 아니라
아픔을 감당해 가며 성취할 큰 회복과 기쁨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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