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새벽에 성경 공부를 마치고
아이 둘 목욕 시키고 늦지 않으려고 서둘러 교회에 출발.
스트레칭을 좀 하는 건데 점점 무거워지는 아이들을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씻기고 차를 태우고 안고 다녔더니,
왼쪽 허리에 통증이 심해졌다.
결국 저녁에 몸이 잘 안 펴지는 대나무 허리에
온갖 스트레칭을 가하여 겨우 움직일 만해졌다.
12월이면 떠나시는 목사님,
다른 성도들은 늦게나마 현실로 받아들이고 점점 적응하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나는 완전 적응 모드에 들어갔다가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잘 적응이 안 되고 있다.
교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 중에
지난 12년 동안 제자들교회에 시무하시며 친형님처럼 나를 사랑해 주셨던
목사님과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긴 글 안의 내용을 부분 삭제했다.
그 내용이 어떤 누군가에겐 질투의 화살이 되어
부글부글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을 미처 감안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염두에 둔 것은 "넌 감정도 없냐?"는 질문에
'누구보다도 힘든 감정'을 떨어뜨려내는 중이라는 표현을 하고 싶었는데...
사실 나는 계산을 잘 하지 못한다.
숫자 계산은 서툴지 않은데 엉뚱하게 터져 나오는
개성 강한 독자의 반응에 대해서는 잘 계산하지 못한다.
그게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세상에 닳고 닳았다면 두루뭉술한 글만 쓸 것이다.
때론 어느 누군가에겐 문제가 될 수 있는 글을 쓰는 까닭은
그만큼 노련하지 못하고 계산적이지 못한 순진함 때문이 아닌가 한다.
아, 허리 아프다. 얼른 나아야겠다.
꼭 10월, 11월 중에 날씨 추우면 허리에 담이 결리니...
이번에 알았다. 허리 아픈 게 심리적 불안과도 관련 있음을.
얼른 나으려면 잘 먹고 잘 쉬는 것 밖에...
그런데 그렇게 편히 살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