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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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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영화 '봄날은 간다.' - 첫 만남과 깊어짐 +bgm

1. 영화 '봄날은 간다.' - 첫 만남과 깊어짐


2. 영화 '봄날은 간다.' - 문제
3. 영화 '봄날은 간다.' - 그 이후..

  
영화를 떠올리며 들어보세요.







드디어 글을 쓸 시간이 생겼습니다.^^
영화를 본지는 좀 됐지만 조금 지난 후에 정리해보아도 가물거리는 기억이 아닌
더 생생한 장면들로 많은 얘기를 전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상우..
그의 직업은 자연 속에 담긴 좋은 소리를 따내는 음향 엔지니어 일을 한다.
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의 후반작업 중 잡음을 없애다가 소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봄날은 간다'의 소재로 '소리 따기'를 생각해두었다고 한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 아버지, 고모와 함께 사는 그에겐 어머니의 따뜻한 품은 없지만
그를 생각해주는 가족들이 있다.
유지태는 상우를 연기하면서 상우가 너무 이해가 안되어 힘들어해서
감독은 그에게 상우와 거리를 두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하긴 요즘 신세대들에겐 자신을 외면하는 마음 변한 냉담한 연인에게 자존심 버리며
계속 다가가고 다시 기회를 얻고자 몸부림치는 상우가 잘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감독은 상우를 찍어나가기 위해 여러 곳을 돌면서 여러 사람들의 연애담을 취재했다고 한다.


은수..
그녀의 직업은 지방 라디오 프로듀서이며 DJ이다.
직접 취재를 해가며 방송 원고를 쓰고 심야방송을 내보낸다.
한번 결혼했다가 실패한 상처가 있고, 그녀를 걱정해주는 가족은 아무도 없다.
감독은 원래의 시나리오를 고집하지 않고 이영애의 연기를 지켜보며
은수를 계속 만들어갔다고 한다. 그때그때 잡히는 그녀의 좋은 표정들을 놓치지 않아서인지
은수를 연기한 이영애는 이전 작품들보다 한결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다.
좋은 배우는 타고나야 하지만 감독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더욱 많음이 분명하다.


첫 만남 (겨울)..

강원도 강릉에 사는 은수와 서울 수색에 사는 상우..
두 사람은 얼굴도 모르고 일을 위해 어느 시골역에서 만난다.
까만 코트에 빨간 머플러를 얼굴에 칭칭 감고 잠들어 있던 은수를
조금 늦게 도착한 상우는 핸드폰을 걸어 은수가 받는 것을 보고 첫인사를 건넨다.

"근데 좀 늦으셨네요."

약간 상대방의 기분은 아랑곳 않고 톡톡 튀는 말투의 은수..
치매 걸린 할머니를 공손히 돌보는 상우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사뭇 대조적이다.
대나무 숲의 소리를 따고 그곳에 사는 할머니를 취재하면서 서로에게 자연스러워진다.
상우에게 제법 소리를 잘 딴다고 당돌하게 말하는 그녀에게
조용한 성격인 상우는 진작에 마음에 묘한 파문이 일었을 거다.
내가 처음 교회를 갔을 때 대뜸 몇학년이냐고 반말로 물어오며 다가온 여자애가 있었다.
고1이라고..떠듬거리며 말했더니, 나도 고1이니까 친하게 지내자고 손을 내밀던
그 피아노 반주자 소녀.. 이것저것 물어오는데 말도 제대로 못하고
'예'와 '응' 사이의 묘한 말로만 대꾸하며 우물쭈물 했었다.
수줍은 사람과 어그레시브한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묘한 전기 반응..
상우의 "차(car)" 속으로 은수가 들어가며 상우의 마음에도 은수가 들어왔으리라.
이 영화에서 차는 서로의 마음을 상징한다.
나중에 은수가 헤어지자고 한 후 새 차를 사게되고 다른 남자와 가까이 있는 은수를 보고
상우는 은수의 차를 긁어버리니까..


깊어짐 (여름).. '봄날은 간다'인데 봄을 건너 띄었다. 벌써 가면 안되니까..^^

은수는 자신의 집에서 '라면' 을 함께 먹자며 밤에 집에까지 데려다 준 친절에 보답하는 듯
먼저 상우에게 자신의 감정을 내비친다.
그 후로 '라면'을 매개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감독은 누구나 많이 먹어 본 라면을 통해 두 사람의 만남과 깊어짐, 헤어지고 난 후에 여전히
공유하고 싶은 일상의 소재로 잘 엮어간다.
이 '라면' 때문에 상우의 마음이 내가 겪어본 아픔으로 쉽게 동화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은수는 상우의 할머니 얘기를 듣고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편찮으신 할머니일지라도 좋겠다고..
은수에게 가족이 없음을 넌지시 가르쳐주는 대목이다.
거기다 결혼을 한번 해봤었다고..
솔직히 털어놓는 은수에게서 무엇인가 편안하게 기댈 언덕이 필요함을 볼 수 있다.
어머니 없이 자란 상우는 은수의 필요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외로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볼 줄 아니까..
은수가 자신을 위해 라면을 끓여주고 집에서 재워주기까지 했을 때 갈망했던 모성애를 느꼈을지도..
회식하고 술취한 상우.. 은수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그렇게 보고 싶냐고 물으며
서울에서 친구 택시를 타고 강릉까지 달려온다.
쌀쌀한 새벽미명임에도 집 밖에 나와 언제 도착할 지 모를 상우를 기다리는 은수..
그렇게 좋은데 왜 서로 헤어지게 되는 걸까?
그렇게 좋아도 무지무지 좋아도 헤어지긴 하지..
내게 몇 해전 그 가을은 얼마나 풍성했던가? 그렇게 좋다고 말하면서도 그렇게 냉담해지는 사람..
이해하기 힘들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 꼭 생기고 그게 싫어 몸부림치다 병드는 것이
봄날인가 보다.
은수는 상우에게 이렇게 둘이 같이 있으니까 참 편하고 좋다고 말한다.
그 대사를 듣는 순간 은수가 바라는 '같이 있어 편하고 좋은 관계'가 변하게 된다면
불편하고 싫은 사람이 상우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편하고 좋은.. 그것만을 누리고 싶어하는 여자가 있다.
무엇인가 조금 구속감이 생기고 부담이 된다면 친밀도가 제로로 떨어지며 상대방이 싫어지는 사람..
아름다운 구속으로 느끼느냐 자유롭고 싶은 부담으로 느끼느냐는
상대방을 책임지면서 함께 있고 싶어하는 사랑이 얼마나 깊으냐에 달려있다.

계속 이어서..






  나무와길 와.. 재밌다.. 계속 이어질 글이 기대되는 군요. 자수정-아가냥이-나디아 다 같은 사람이죠. 제 게시판에는 이 세 가지 이름으로 버라이어티하게 흔적을 남기는 강효원이라는 자매는, 음.. 한 마디로는 설명이 좀 힘드네요.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 우리 두 사람이 연류된 사건이 있고, 그래서 조심스럽고, 아주 가까워지기 힘들, 그렇지만 서로 어딘지 모르게 끌리고 있는 사람이에요. 얼마전 기돈 크래머 카페를 사이월드에 만들었어요. 한 번 들어가 보심도 괜찮을 듯.. 클래식 음악에 워낙 관심이 많은 자매지요. 이만하면 소개가 잘 된 건지.. 2001/10/07 x  
  영신 그저 눈으로 따라가며 읽었는데...멋진 글입니다..^^ 2001/10/07 x  
  스빠시바 나무와길&영신.. 밤중에 평소처럼 다름없이 지나왔지만 미국의 세차례 공습이 시작되었다는 뉴스속보를 아침에 보고 갑자기 멍해지더군요. 아무 생각도 안나고.. 때린 사람이나 맞은 사람이나 짱이나 안짱이나 모두 선생님 앞에서 그 행위대로 맞을 게 분명합니다. 피 흘리는 고통의 세상 앞에서 편안하게 사는 건 쉽지 않겠죠. 한로에 감기들 조심하고.. 영신아 입김 너무 세게 불지 말구^^ 따뜻한 보일러와 온수로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렴.. 빠까! 200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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