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수련회 출발하는 주일,
두 아이 용품들 챙기느라 아침 시간이
분주함의 전쟁이다.
산뜻하고 우아하게 어딜 가고 오는 건
불가능한 가정.
아빠는 운전기사와 수행비서,
엄마는 보모와 가정부.
아이들은 큰 회장님과 작은 도련님.
이 일상의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쟁은
수련회에서 잠시나마 차려주는 밥 먹고
꼬박 나흘간 말씀 듣고 교제 나누며
노예 해방의 구원을 기대하게 만든다.
7월 30일

하늘 소망에 마음이 울컥 열리다.
나 지금은 비록 땅을 벗하며 살지라도
내 영혼은...
-강화도 그레이스홀 여름수련회 중
7월 31일

유모차에 앉아 열심히 말씀 듣는 둘째 예승이.

바다가 내다보이는 카페에서
아직은 근육맨 아빠.
8월 1일

수련회 마지막 날
하룻밤을 남기고 큰아들 영승이가
기침 열감기가 심해 저녁 집회와 기도회 마치고 귀가했어요.
중요한 결정 사항을 마음에 품고 있었는데
결론을 내리기보다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더 주목하게 만드는
김지찬 교수님 설교에 마음에 많은 충돌과 어지러움을 느꼈죠.
오늘은 둘째 예승이의 재롱을 보다가 큰아들 데리고 병원에 왔다가
근처 안양중앙공원에 왔습니다.
연신 기침을 해대며 폭염에 땀 흘리는 아들과 잠시 카페에 와서는 더위 식히는 중입니다.
가장이 깊어갑니다.
책임감과 영성 그리고 삶의 서바이벌.
동일한 어려움 속에서도 쉬지 않고 섬긴 남전도회에 비해
날라리로 쉬다 오면서 작년보다 무거운 마음.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면서 부담도 늘고, 영혼도 삶도 가난해져갑니다.
결론은 내게 쉼이 필요하다는 것.
너무 오래 안식 없이 분주하게 싸우기만 하고 부당한 사건들에
완충제 없이 충격만 받으며 시달려 왔다는 생각에 잠시 삶의 여유를 갖기로 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
아빠를 많이 원하는 여섯 살.
아빠도 하나님 아빠를 그렇게 원하는지...
8월 2일
월, 화, 수 3일을 쉬고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6개월 미만 근무자는 이틀만 여름휴가를 낼 수 있는 규정을 무시하고
사장님 결재도 맡지 못한 채 업무일지에 "저 휴가 다녀옵니다" 기록하고
교회 수련회에 참가했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린 아이 둘을 돌보느라 은혜의 물결을 타지 못하고
충분한 교제도 누리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있기만 했습니다.
게다가 큰아이가 기침 감기가 심해 약 먹이고 품에 안고 자느라
아침 시간에 같이 일어나지 못하고 피곤한 몸으로 하루하루 보냈는데,
수련회 장에서는 일찍 눈이 떠지는 몸이 이상하게 천근만근이더군요.
작년에 천국 같은 경험을 했던 강화도 그레이스 힐의 훌륭한 장소,
맛좋은 식사, 풍부한 후식, 그리고 김지찬 교수님의 쉽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영적 신경을 건드려 주는 탁월한 말씀, 찬양팀의 탁월한 찬양인도,
조금 늦게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간증자들의 짧은 간증.
이 속에서 제 삶의 답답한 모습만 발견하고 왔는데, 문득 그게 남는 거란 생각이 듭니다.
내가 얼마나 답답하고 힘든 모습의 삶인지 깨달은 만큼
일상 속에서 긴장할 때 경계해야 할 모습을 충분히 느낀 것 같습니다.
행복하기만 한 수련회였다면 지금 돌아온 일상이 버거웠을 것입니다.
다시 숨을 쉬기 위한 호흡법을 얻었다고 할까요?
전기 코드에 연결되지 않고 배터리로만 작동하는 기계는 반드시
방전됩니다. 다시 충전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도달하게 되죠.
늘 코드에 꽂혀 있는 기계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방전될 염려는 없습니다.
이번 3일간의 수련회에서 제가 느낀 것은 배터리로만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한 에너지를 공급받기 위해 코드를 꽂고 살지 않고 있다는 단순한 질리가
큰 소득이었습니다.
중간에 김지찬 교수님과 짧게 나눈 대화가 큰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임계치의 온도에 도달할 때 물이 끓듯이,
조금만 더 견디면 0.5도 모자랄 때 포기하고만 싶은 심정이 뒤집어질 만한
기쁨이 샘솟을 수 있다고, 형제의 고단함을 주께서 알고 계시니,
임계치에 도달할 때까지 조금만 더 열정을 발휘하라고.
그 위로를 받고 내 삶의 코드가 되시는 주의 말씀을 붙잡습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 다시 업무 시동이 걸리지 않아,
이렇게 페북에 마음을 늘어놓지만 책과 함께할 수 있는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돌아보며 숨고르기 하는 중입니다.
공정해야 할 올림픽도 오심 투성이입니다.
한순간을 위해 4년을 땀흘린 고통이 오심 한방에 날아갑니다.
공정하신 하나님은 오심이 없습니다.
그분의 섭리와 뜻이 나의 실수를 사용하여 일으켜 세워 주십니다.
진리를 기준으로 삼고 어떤 책을 기획하면 좋을지 촉을 세워
뉴스와 현상을 들여다보며 슬슬 시동을 겁니다.
한번 걸리면 겁나게 달릴 터이니 일단 슬슬 가야겠어요.

사무실 부근 셰프의국수전
슬러시초계국수.
얼음만 가득 쏟아부어진 대접이
반갑기만 한 더운 날씨.
휴가자가 많아 혼자 밥 먹으러 와서
더위 이기는 국수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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