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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Photo] 밀린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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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일 부부 성경공부 모임을 한 전도 4조의 박호건 & 라은정 부부 신혼집에서..)
1.
영승이 돌잔치를 할 즈음, 어머니 병실이 중환자실에서 4층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어머니께서 호전되어 옮긴 것이 아니라 중환자실 침대가 부족하여
중환자들 중에 그나마 상태가 나은 편인 어머니를 어쩔 수 없이 일반병실로 옮기게 된 것이다.
미리 전화로 통보해주었지만 바뀐 환경과 간병사로 인해 불편을 겪지 않으실까,
상태가 나빠지지 않으실까 여러모로 염려가 되었다.
<어머니는 소풍중> 책을 여러 권 준비해서 4층 간호데스크와 간병사 분들께 선물로 드리고
세심한 주의를 요해야 할 사항들을 알려드렸다.
병실을 옮길 때의 긴장감을 겪을 때마다 <인간극장>처럼 유명한 방송을 거절한 것이
약간 후회가 되기도 한다.
어머니와 우리 가족을 모르는 분들께 그동안 우리 모자가 걸어온 시간을 새로 설명해드리고
기존에 붙잡아둔 규칙과 질서를 다시 잡아 안정시켜 드리는 것이 쉽지 않다.
집에서처럼 간호해드릴 수는 없더라도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 있다면
나는 꼭 그리로 향해가야 만이 안심이 된다.
최근의 어려운 문제는 어머니 소변줄(폴리라인)이었다.
10년 동안 착용하지 않던 이 폴리라인을 이전 병원에 있을 때
잦은 설사로 인한 욕창의 위험 때문에 다시 연결하게 되었는데
기저귀를 아낄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어머니께 전혀 유익이 되지 않는 방법이다.
소변이 역류하여 염증을 일으키고 열이 오를 수 있고,
요도에 관을 삽입하기 때문에 통증과 답답함이 심할 뿐 아니라
체위변경을 하다가 줄이 당겨지기라도 하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참아야 한다.
현재 설사를 하지 않으신다면 소모품 비용이 들고 주의가 더 필요하라도
폴리라인을 빼고 기저귀로 소변을 받아내고 싶었다.
그런데 지혜로운 방법으로 차근차근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는 갑작스런 사고가 계기가 되어 좋은 결과를 얻게 되기도 한다.
지난 주 화요일에 어머니께 가보았을 때 표정부터가 뭔가 심상치 않았다.
다리 운동을 시켜드리는데 편안해하시기 보다는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계셨다. 나는 어머니의 표정만으로도 큰 이상이 있다는 것을 직감했지만
병원측에서는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간호사님을 불러 소변줄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일단 소변줄을 빼서 기저귀로 대신하자고 부탁드렸다.
간호사님은 담당 주치의께 전화를 드려 내 뜻을 전달했고 소변줄을 확인하는데...
아! 글쎄, 간병사의 실수로 오늘 하루 종일 소변줄 호스를 잠가 놓았던 것이다.
어머니는 방광에 소변이 가득차서 뭐라 말씀도 못하시고 표정만 일그러진 채
열이 오르면서 고통을 겪고 계셨다.
간호사님은 당황해하며 간병사님들을 야단치시고 내게 거듭 죄송하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순간적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생각에 잠겼다.
방광에 쌓여서 배출되지 않던 소변을 모두 빼내고 해열제 주사를 어머니께 놔드렸다.
어머니 엉덩이 부분을 깨끗이 씻겨드리고 전체적으로 몸의 관절을 부드럽게 풀어드린 후
체온을 주시했다. 환자를 맨 손으로 씻겨드리는 것과 항상 비닐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보호자인 나와 병원에서 일하는 분들의 차이이다.
어머님은 그런 따뜻한 체온이 직접 전해질 때 편안한 표정으로 빨리 돌아오신다.
병원에서는 다시 폴리라인을 착용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했지만, 나는 직감적으로
하나님이 어머니의 답답함을 풀어드리려고 소변줄로 잠시 고통을 겪게 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 후, 소변줄 없이 기저귀로 대소변을 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기저귀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내 마음은 긴장으로 가득 차서, 하나님의 법(평안과 소망)과 세상의 법(염려와 분노)이
다투고 있지만 욥의 고난이 불러온 축복을 믿는다.
나는 어머니를 끝까지 사랑하고 하나님의 얼굴을 뵐 것이다.
2.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한 제 2의 IMF라고 하는 요즘,
직장인으로 살아내기가 너무나 힘들고 고단하다.
아침에 성경말씀을 볼 만한 여유가 없고 저녁에 제 시간에 퇴근한 적이 없다.
9시 넘어 회사에서 나와 집에 들어가면 영승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웃는 얼굴로
현관으로 기어온다.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며 오늘 잘 놀았는지 묻는 아빠의 음성에는
새 힘이 들어가지만 몸은 어찌할 수 없는 천근만근 쇳덩어리이다.
욕조에서 영승이와 물놀이를 즐기며 같이 목욕을 하고 아기 옷을 빨면 거의 자정에 가까운 시간,
가정예배를 원한 아내는 매일 편히 못 자는 육아에 먼저 누워 있고
나는 지친 하루를 달래며 내일 출근할 준비를 한다.
직장인 아빠이자, 편찮으신 어머니를 책임지는 아들로 한 가정을 이끄는 내 어깨는
무거운 짐으로 잔뜩 굳어 있다.
하나님이 우리 가정을 그대로 천국으로 옮겨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너무나 고단하다.
지금 살고 있는 이 현실을 천국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3.
주말에 아내와 함께 바로 위 동서인 형님이 수료하시는 "아버지 학교"에 다녀왔다.
많은 참가자들과 가족들이 오후부터 밤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에 행복한 표정으로
음식과 간증을 나누고 계셨다.
특히, 남편과의 오랜 갈등을 참고 이제야 사랑의 허깅과 축복의 기도를 받기 시작한
아내들의 간증이 심금을 울렸다. 아내도 얼굴에 눈물이 가득했다.
영승이를 안고 수료식 프로그램을 보던 나는 많은 아버지들이
서로 껴안아주며 위로하는 모습에서 그분들만의 고독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삶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지만 그들의 품도 누군가의 껴안음이 필요한, 휑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누가 알아주련가?
아버지 학교에서 나는 보았다.
하나님이 주시는,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고 보듬어 보살피라는 명령을 실천하지 않으면
이 땅에는 깨어진 관계에 상처를 남기는 아픔만이 가득해진다는 것을...
영적으로 주님과 소통하지 않으면 모든 분야에서 해결할 수 없는 답답함만 싸여간다.
귀한 아내와 우리 영승이를 사랑하는 방법은 함께 예배를 드리며
먼저 하나님과 소통하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 일찍 퇴근해서 가정예배를 드릴 수 있을까?
고민, 또 고민이다.
4.
주일 아침, 부랴부랴 준비했지만 또 예배시간에 10분가량 지각하고 말았다.
차로 1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리면서 늘 조금만 더 일찍 나올 것을 하는 후회를 달고
액셀을 밟았다. 영승이는 차 안에서 보채지 않고 잘 자주었고,
안전하게 당도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면서 예배당으로 올라갔다.
목사님의 말씀은 언어 사용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최근 혼잣말 혹은 아내에게 쓰는 말에 얼마나 거룩함이 담겨 있는지 돌아보았지만
회개할 내용 투성이다.
영승이 돌이 지났는데도 자애로운 성도님들은 계속 아기에게 쓸 선물을 전해주셨다.
늘 이 사랑의 공동체에서 받기만 한다.
오후에는 수원에 있는 호건이네 가정에서 소그룹 성경공부로 모였다.
가스통 때문에 트렁크가 작은 내 차에는 유모차를 조수석에 싣고 오가는데
채종철 집사님의 차에 유모차를 옮겨 싣고 김요한 & 문복희 집사님 부부를
우리 차로 모시고 가기로 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호건 & 은정 부부의 집은 아늑하고 포근했다.
오늘따라 풍성한 교제의 기쁨으로 행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고단함을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성도들과의 따뜻한 교제를 누리는 것이다.
그 안에는 서로를 이해하는 포용력이 있고, 들어주는 여유와 나눔을 통해
상상할 수 없는 큰 위로와 따뜻한 마음의 선물을 받는다.
야고보서 말씀 중 주일 오전 설교와 부합하는 "혀의 위험"에 대해 공부했고,
우리 조는 부부 간에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아, 그랬군요" 등의 말을
자주 사용하기로 다짐했다.
신혼부부가 정성껏 차린 음식과 조원들이 협찬한 반찬들로 풍성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리더인 채종철 집사님의 생일파뤼를 즐겁게 나누었다.
어찌나 많이 웃었는지 일주일간의 목마름이 모두 해갈된 듯하다.
말씀과 교제가 함께 하는 이 풍성함을 모르는 비신자들은 무슨 즐거움으로 살까?
우~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얼른 이러한 모임이 지구 곳곳에 생기고 퍼져가야 할 텐데,
그러면 예수님께서 오실까?
육체적으로는 피곤했지만, 아내와 집에 오면서 훈훈한 대화를 나누었다.
영승이가 잠을 안자고 흥분해 있어서 좀 곤란했지만,
어찌나 예쁜 짓을 많이 하는지...^^
아이를 위한 집안 청소도 중요하지만,
내 영혼이 예배와 교제로 먼저 청소되어야 한다.
직장에서 잘 나가고 시간과 돈에 충분한 여유가 생기면 편리하긴 하겠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위로는 쪼들리는 삶 속에서 더욱 깊이 임하는 것 같다.
차라리 나는 후자의 기쁨을 택하겠다.
밀린 일기를 마치고, 밀리지 말아야 할 기도생활을 점검하면서
나의 미래를 하나님께 맡긴다.
"주님, 제 삶의 짐들을 가장 적절한 때에 가장 우선적으로 다뤄주실 것을 믿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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